의료기관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그 책임까지 끝나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환자 진료기록, 즉 의무기록은 보건의료정보로서 일정 기간 보관해야 하며, 환자의 요청이 있는 경우 적법하게 열람 또는 사본을 발급해야 합니다. 그런데 폐업 후에는 전화 연결도 어렵고, 담당자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아 환자나 보호자가 큰 불편을 겪곤 합니다.
이러한 상황을 방지하고, 의료기관 입장에서 법적 리스크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열람 및 사본 요청 응답 매뉴얼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 글에서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폐업 의료기관 또는 의무기록 보관 책임자가 환자 요청에 어떻게 응대해야 하는지 단계별로 살펴보겠습니다.
열람 요청 접수부터 첫 응대까지 – 기본 절차 정비
먼저, 폐업 이후 환자가 어떻게 요청을 하게 되는지를 이해해야 합니다. 가장 일반적인 경로는 관할 보건소 문의를 통한 연결입니다.
시뮬레이션 예시:
김OO 씨는 2021년 ‘행복한내과’에서 갑상선 관련 진료를 받았고, 2023년 생명보험 가입을 위해 해당 진료기록 사본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병원은 이미 2022년에 폐업했고, 인터넷 검색으로는 정보를 찾을 수 없습니다. 김 씨는 결국 관할 보건소에 연락해 기록이 어디에 보관되어 있는지 문의합니다.
이 경우, 보건소는 폐업 당시 병원이 제출한 ‘의무기록 보관계획서’를 통해 보관 책임자 또는 위탁기관 정보를 확인합니다. 보관자는 보건소로부터 연락이 오면 즉시 응대체계를 가동해야 합니다.
첫 응대에서 중요한 3가지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접수 확인 및 요청 방식 안내
- 필요 서류 목록 전달
- 처리 소요 기간 안내 (예: 3일~7일)
요청 서류 검토 및 열람 대상자 확인
의무기록은 민감한 개인의료정보이기 때문에 반드시 정당한 요청자에 한해 열람이 가능하며, 요청 목적도 적절해야 합니다. 요청이 들어오면 즉시 다음과 같은 절차를 통해 대상자 및 요청의 적정성을 검토합니다.
요청 유형별 필요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본인 | 신분증 사본, 기록열람 또는 사본 요청서 |
가족(법정대리인) | 가족관계증명서, 요청자 신분증, 환자 신분증 사본 |
제3자 (보험사, 의료기관 등) | 위임장, 환자 신분증 사본, 요청자 신분증 사본, 요청서 |
시뮬레이션 예시:
OO화재보험사 소속 정모 대리는 보험금 심사 목적으로 2020년 진료기록 사본을 요청합니다. 그러나 위임장에 환자 자필서명이 없고, 본인확인서류도 누락되어 있었습니다. 이 경우 ‘보완 요청’ 이메일을 발송하고, 서류 보완 전까지 기록을 발급하지 않는 것이 원칙입니다.
또한 ‘기록 열람 목적이 부적절하거나 서류가 위조된 정황’이 있는 경우에는 발급을 거부하고, 보건소에 즉시 보고해야 합니다.
기록 검색 및 제공 방식 – 보관 형태에 따른 차이
기록 제공은 ‘정확성’과 ‘보안성’이 핵심입니다. 보관 방식에 따라 검색 및 제공 절차도 다르게 운영해야 합니다.
① 전자기록 (EMR 백업)
백업 데이터에서 해당 환자 정보를 검색하여 PDF 파일로 출력하거나, 저장매체(USB 등)에 담아 제공합니다. 단, 암호화 조치가 필요합니다.
② 종이기록 보관
문서보관함에서 해당 기록을 수기로 검색해 복사합니다. 이때 개인정보 이외 불필요한 타 환자 정보가 포함되지 않도록 주의하며, 사본 발급 전 의료법 제21조 2항에 따라 요청서류 재확인이 필수입니다.
③ 외부 위탁보관소 이용 시
보관기관에 열람 요청서를 전달한 뒤, 기록 추출 및 전달까지 소요되는 시간을 명확히 안내해야 합니다.
시뮬레이션 예시:
보관기관 ‘메디기록센터’는 요청 수신 후 5일 내 사본을 출력해 등기우편으로 송부합니다. 이때 ‘사본 발급 수수료’와 ‘우편료’가 발생하며, 환자에게 사전 고지 및 동의를 받습니다.
열람 거부 또는 분실 시 대응 프로토콜
모든 열람 요청에 응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음과 같은 경우에는 정당한 사유로 열람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 보존 기간이 경과하여 기록이 폐기된 경우 (예: 진료기록부 10년 경과)
- 요청자 본인 여부 확인이 불가한 경우
- 요청 목적이 불명확하거나 사적 남용 우려가 있는 경우
또한, 실제로 기록이 훼손되었거나 분실되었다면 보건소 및 해당 환자에게 즉시 통보하고, 경위서를 작성해야 합니다.
시뮬레이션 예시:
G정형외과는 폐업 시 일부 기록을 자체보관 중이었으나, 창고 누수로 인해 기록 일부가 훼손되었습니다. 환자 요청에 응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대표자는 즉시 보건소에 유선보고하고, 손상기록의 목록과 사유, 향후 방지대책을 포함한 서면 경위서를 제출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최소한 ‘기록이 존재했음을 입증할 수 있는 진료일지나 전자기록 로그’ 등을 확보해두는 것이 책임소재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의무기록은 환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핵심 자료이며, 의료기관의 책임을 상징하는 문서입니다. 폐업 이후에도 환자들의 삶은 계속되며, 필요한 순간에 과거의 진료기록은 소중한 정보로 작용합니다. 따라서 의료기관은 폐업 전 보관계획 수립뿐 아니라, 이후 열람 요청에 대한 응답 매뉴얼까지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이 매뉴얼을 기반으로 대응 체계를 마련해두면, 민원 발생을 줄이고, 의료법 위반 리스크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진료는 종료되었지만, 기록은 살아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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