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기록보관및처리

의료기관 폐업 시 의무기록 보관 및 처리, 이렇게 해야 불이익 없습니다

berrybunni-news 2025. 6. 28. 17:16

의료기관을 폐업할 때 많은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은 진료 종료, 세무 정리, 인력 해소, 의료기기 반출 등 행정 절차입니다. 이러한 업무들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이면에서 종종 간과되는 핵심 의무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환자의 의무기록 보관 및 처리입니다. 의무기록은 단순한 진료 이력이 아니라, 환자의 건강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민감한 정보입니다. 이러한 기록을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폐업 후에도 보건소 행정처분, 민원 발생, 형사 책임 등 여러 가지 법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의료기관을 폐업하면 병원이 더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많은 이들이 의무도 끝났다고 착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나 의료법은 ‘폐업 이후’에도 의무기록을 일정 기간 동안 안전하게 보관하고, 필요한 경우 환자나 관련 기관의 요청에 따라 열람 또는 사본을 제공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즉, 병원이 문을 닫았어도 의료인의 책임은 끝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본 글에서는 의료기관 폐업 시 반드시 숙지해야 할 의무기록 보관 및 처리 절차를 4가지 핵심 항목으로 나눠 설명드리겠습니다.

의료기관 폐업 시 의무기록 보관 및 처리

 

 

의무기록, 왜 보관해야 할까?

의무기록이란 환자에 대한 진료와 관련된 문서 전체를 의미합니다. 진료기록부, 간호기록지, 검사소견서, 방사선 사진, 수술기록지, 마취기록지, 처방전, 조제기록지 등 모든 문서가 포함되며, 이들은 단순한 의료기관의 내부 자료가 아니라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의료정보입니다. 환자가 어떤 질병을 앓았는지, 어떤 처치를 받았는지, 언제 어떤 약물을 처방받았는지는 향후 진료의 연속성 확보뿐 아니라 보험 청구, 분쟁 발생 시 소송 대응 등 다양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15조에 따르면 진료기록부, 간호기록지, 수술기록지, 마취기록지는 10년간 보존해야 하며, 방사선 사진 및 소견서는 5년, 처방전 및 조제기록지는 2년간 보관해야 합니다. 특히 이 보존기간은 의료기관의 폐업일이 아니라, 환자의 최종 진료일을 기준으로 산정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2020년 1월에 진료한 환자의 기록은 2030년 1월까지 보존해야 하며, 병원이 2025년에 폐업했다고 해서 보관 의무가 사라지지 않습니다.

의무기록은 환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이를 제대로 보관하지 않을 경우 환자가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하거나 손해를 입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의료기관의 폐업 여부와는 무관하게, 일정 기간 동안 법적 책임이 지속된다는 사실을 명확히 인식해야 합니다.

 

어떤 방식으로 보관해야 하나?

의무기록의 보관 방식은 크게 자체 보관위탁 보관 두 가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자체 보관은 말 그대로 의료기관 운영자가 직접 의무기록을 보관하는 방식으로, 자택이나 사무실, 문서보관소 등 외부인의 접근이 제한된 안전한 장소에 기록을 보관하면 됩니다. 종이 기록의 경우에는 습기, 화재, 분실 위험이 있는 만큼, 방화·방습 환경을 갖춘 공간에 보관해야 하며, 보관 장소에 대한 사진이나 도면을 확보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전자차트를 사용하는 의료기관의 경우, 차트 업체와 계약이 종료되기 전에 전체 데이터를 백업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EMR(전자차트) 시스템은 서버 기반이기 때문에, 계약이 끝나면 해당 데이터가 서버에서 삭제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USB, 외장하드, 또는 클라우드 서비스에 백업 데이터를 보관하고, 가능하면 환자별 진료 요약을 PDF 형식으로 저장해두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두 번째 방식은 전문 보관업체에 위탁하는 것입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고 의무기록을 대신 보관해주는 업체들이 있으며, 이들은 방화 창고, 보안 시스템, 전용 소프트웨어를 갖추고 있어 안정성이 높습니다. 단, 이 경우에도 의료법상 보관 책임은 위탁업체가 아니라 의료기관 운영자에게 남아 있기 때문에, 업체 선정에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위탁 보관 시에는 위탁계약서 사본, 보관 장소 정보, 책임자 연락처 등이 포함된 보관계획서를 작성해 보건소에 제출해야 하며, 폐업 이후에도 환자 요청에 따라 기록을 제공할 수 있도록 관련 시스템을 유지해야 합니다.

 

보건소 신고는 필수입니다

의무기록을 어떻게, 어디에, 누구의 책임하에 보관할 것인지에 대한 계획은 관할 보건소에 반드시 신고해야 하는 필수 사항입니다. 많은 병·의원이 이 절차를 간과하거나 단순히 폐업신고만 하고 의무기록 관련 서류는 제출하지 않는 실수를 저지르곤 합니다. 하지만 보건소는 폐업 신고를 접수할 때, 의무기록 보관 계획을 함께 확인하고 이에 따라 폐업을 정식으로 승인합니다.

제출해야 할 주요 서류는 다음과 같습니다. ▲의료기관 폐업신고서 ▲의무기록 보관계획서 ▲보관 장소 사진 또는 도면 ▲책임자 지정서류 ▲위탁 보관 시 위탁계약서 사본 등입니다. 이 서류들은 병원 규모나 형태에 관계없이 모든 의료기관에 동일하게 적용되며, 비의료인이나 법인 대표가 운영하는 병원이라 해도 보관 책임자는 반드시 의료인이어야 합니다.

또한, 보건소에 신고된 계획서 내용과 실제 보관이 불일치하거나, 환자 요청에 응답하지 못할 경우에는 행정조치가 내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형식적으로 작성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 실행 가능한 계획을 세워 신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보건소 담당자와 협의해 미비한 부분을 보완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보관의무 미이행 시 불이익은?

의무기록 보관 및 처리 의무를 위반할 경우, 법적 처벌을 피할 수 없습니다. 의료법 제89조에 따르면, 의무기록을 보관하지 않거나 부적절하게 보관한 경우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으며, 고의로 폐기하거나 유출한 경우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이러한 조치는 실제로 여러 건의 행정처분 사례에서도 확인됩니다.

예를 들어 한 의원에서는 폐업 당시 의무기록을 별도로 정리하지 않고 진료기록을 파쇄한 뒤 폐업신고를 진행했으나, 수년 후 환자가 진료기록을 요청하자 제공하지 못했고, 그 결과 과태료와 함께 의료인 자격정지 처분을 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또 다른 사례에서는 전자차트를 백업하지 않고 폐업한 결과, 보험사 요청에 응답하지 못해 환자가 직접 손해를 입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이러한 불이익은 단순한 금전적 손실을 넘어 의료인의 신뢰성과 윤리성에도 큰 타격을 줍니다. 폐업은 끝이 아니라 의료 서비스의 마지막 단계이며, 이 단계에서 의무를 소홀히 하면 수년간 쌓아온 신뢰를 한순간에 잃을 수 있습니다. 의무기록은 환자의 권리이자 의료인의 의무임을 마지막까지 인식하고 책임감 있게 마무리하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의료기관을 폐업하면서 ‘문만 닫으면 끝’이라는 인식은 매우 위험합니다. 의무기록은 의료인이 퇴장하는 그 순간까지도 환자의 권리를 지켜주는 마지막 안전장치입니다. 이를 제대로 보관하고 처리하지 않으면 법적 처벌은 물론 환자와의 신뢰도도 무너질 수 있습니다. 폐업을 앞두고 있다면, 진료기록의 정리, 전자차트 백업, 책임자 지정, 보건소 신고 등 보관에 필요한 모든 절차를 체크리스트 형태로 점검해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의료기관의 마지막 행정은 의료인의 윤리로 완성됩니다. 지금부터라도 꼼꼼히 준비해 법적 불이익 없이, 신뢰 있는 마무리를 하시기 바랍니다.